여피족과 보보스족으로 읽는 NFT

"가난과 배고픔이 사라진 세계에서 소비자들은 재미와 스릴, 사랑과 윤리적 자부심 같은 정서적 만족을 원한다"

롤프 옌센(Rolf Jensen),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 저자

최근 많은 분들과 NFT에 대해 이야기하며 항상 제가 주장하는 내용이 있어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현재 NFT의 소비 형태를 과거 미국의 여피족과 보보스족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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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의견 또는 비판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닝아웃, 소비를 통한 표현

2020년대 미닝아웃이라는 마케팅 트렌드가 있었습니다. 미닝아우은 신념(meaning)과 나타내다(comming out)을 합친 표현으로, 본인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나타내기 위한 소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MZ의 ESG 소비 등 가치소비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역사적으로 본인과 집단을 표현하기 위한 소비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예시로 나라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랜드마크(참고)를 만들고, 17세기-18세기 왕실은 역사와 전통을 과시하기 위해 갤러리에 걸 예술 작품(참고)를 구매했습니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표현의 주체가 점진적으로 대중화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왕에서 귀족으로, 귀족에서 부자로, 부자에서 대중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브랜드"를 활용한 본인 표현이 보편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최근 NFT는 본인을 표현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일부는 명품과도 유사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소비 형태에서 우리는 어떻게 NFT를 살펴볼 수 있을까요?

1980년대, 명품 소비와 여피

현재 크립토와 NFT에서 소비 문화는 미국 1980년대 여피족(Yuppies)과도 유사합니다. YUP은 젊고(young) 도시(urban)에 사는 전문직(professional)을 칭합니다. 이들은 고등교육을 받고 연수입이 높은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금융 시장에서 급격한 부를 얻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부를 본인을 표현하는 데 소비했습니다. 대표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피족의 문화를 표현해주는 책. 출처 : Amazon
  • 차별화 : 개인의 취향을 무엇보다도 우선시. 이를 명품으로 해결
  • 럭셔리 자동차 : 폭스바겐 뉴 비틀, BMW MINI 등 패션카와 중소형 럭셔리카
  • 명품 의류 : 아르마니, 발렌티노, 까르티에, 랄프 로렌 등의 명품 브랜드의 향연
  • 하우스 문화 주도 : 주말에 본인들 집에서 음악을 틀고 즐기는 문화

당시 여피족은 약 400만명으로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소비 문화가 퍼져나갔기에 매우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초기 NFT 시장으로 보면 어떨까요?

  •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이를 통한 신흥 재벌의 등장
  • 본인을 표현하기 위한 PFP
  • 홀더 파티 등

초기 PFP NFT의 경우, 소지자는 "크립토 네이티브"임을 강조하며 부의 상징처럼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예시로 크립토펑크와 같이 초기 NFT의 경우가 별로 이쁘지 않지만 OG임을 강조하기 위해 소비가 되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크립토펑크는 10000개 민팅, 픽셀 아트 등의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높은 가격에 매매된 크립토펑크 모음. 출처 : nftnow

그렇다면 여피 문화는 어떻게 사라질까요? 1987년 10월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과 뒤이은 불경기, 사치문화에 대해 지겨움을 느낀 대중과 함께 여피 문화는 사라졌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NFT편. NFT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을 살펴볼 수 있다.

현재 NFT 시장도 비슷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최근 루나-테라 사태 이후의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
  • 기존 블루칩 NFT의 가격 하락
  • 대중들의 PFP NFT에 대한 부정적 의식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1990년대, 합리적 소비의 보보스

보보스가 소개된 브룩스의 서적

여피 문화가 축소되며 1990년대에는 보보스(Bobos)족이 등장합니다. 보보스족은 부르주아(Bourgeois)의 물질적 실리, 보헤미안(Bohemian)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상류계급을 가르키는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이들은 높은 교육 수준을 통해 부를 이뤘지만, 반물질주의를 지항하며 진보적 가치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보보스에는 1960년대 히피문화와 1980년대 여피문화가 결합된 특이한 문화가 나타납니다.

  • 경제적으로는 풍족하나 사치를 위한 소비는 하지 않음
  • 내구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를 지향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한 품질위주의 소비)
  • 고품질 생활용품 등에 대한 선호 증가
  • 다만 개성과 취향, 가치를 반영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한다면 가격과 무관한 구매
  • 정보에 민감, 창의성 추구
  • 경험, 다양한 선택 등 구입방식을 중시

즉, 암호화폐 시장이 축소되며 현재 NFT 시장은 여러 특징이 있습니다.

  • 표현적인 측면의 PFP보다 유틸리티에 대한 수요 증가
  • 실물 경제 연계 NFT에 대한 수요의 증가
  • 수익 창출이 가능한 X2E의 부상
  • 재미 추구의 소비 병행

그 외에 보보스 성향을 띄는 NFT로는 문버드(Moonbirds)가 있습니다.

문버드 NFT 콜렉션. 입장권 NFT는 희소성을 통한 소속감을 강화하는 메타로 자리잡았다. 출처 : 공식 홈페이지

문버드는 NFT계의 부자 사교 커뮤니티인 프루프(Proof)팀이 출시한 PFP NFT입니다. 해당 NFT를 구매하면 커뮤니티 입장권(PASS)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의 표현과 함께 "정보"와 "관계"에 투자하는 형태는 보보스의 합리적 소비와 유사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NFT만이 제공할 수 있는 유틸리티가 명확한 사례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보보스는 필수품 또는 취미생활에 있어서 고급화를 선호했습니다. NFT를 통해 디지털로 얻을 수 있는 가치 중 필수품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이후, 고급화 전략에 대해

개성 표현 측면에서 보보스에 이어 나타난 소비 트렌드인 매스클루시버티(Massclusuvuty) 매스티지(Masstige)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매스티지 : 명품(Presitge)의 대중화로 일반 상품과 명품 사이의 저렴한 명품을 대중들이 구매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명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 매스클루시버티 : 대중(Mass)과 유일함(Exclusivity)의 합성어로 "대중화된 명품에서 본인만의 특별한 제품을 가지고 싶어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생산 형태를 의미합니다.

이런 두 소비 형태는 동시에 나타나며 추후 NFT도 큰 범주에서는 다음과 같이 세그먼트가 나눠질 것입니다.

  • Web3에 진입하는 대규모 신규 사용자를 위한 비교적 저가의 PFP
  • 크립토 네이티브를 위한 표현 방식

그렇다면 각각의 전략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어야 할까요? 많은 실험이 필요하겠지만 매스티지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이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 제품 고유의 편익 제공 : 유틸리티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나, 지금 NFT 로드맵이 가지고 있는 거창한 이벤트보다 소소한 이익을 제공하여 가성비 NFT를 만들 수 있습니다.
  • 가치 소비 : 기부 또는 ESG 등의 가치 소비
  • 브랜드 액세서리 제공 : 메인 NFT 외에 서브 NFT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예시로 아즈키(Azuki)는 에어드롭으로 제공한 빈즈(Beanz)를 사용하여 프로필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는 모드를 제공하였습니다. 마치 크록스와 지비츠 같은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 브랜드 네트워크 제공 : 여러 동급의 NFT 조합을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NFT 조합에 따라 롤을 지정하는 방식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세대 감성 가치 자극 : 최근 핫한 고블린 등 밈 NFT 등 시기에 따른 트렌드가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빈즈를 추가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 수 있게 만들었다. 해당 트윗은 아즈키 홀더의 사례.

크립토 네이티브를 위한 고급화 전략은 기존 명품 시장와 같은 개인화와 커스터마이징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자격이 되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 NFT가 생길 것이라 예상하며, 추후 Soulbound Token이 표준으로 자리잡으면 맞춤 NFT가 더욱 흥행할 거라 생각합니다.

생활 양식의 변화와 NFT

여담으로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왜 굳이 NFT를 통한 소비인가?

지난 몇 년간 명품의 로고 사이즈는 커지고, 디자인은 직관적으로 변해왔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매체의 변화입니다. 다양한 매체가 생기며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정보도 크기 별로 준비해야했고, 시인성과 가독성을 위해 더욱 간결한 형태로 로고와 폰트들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즉, 인스타그램 등 SNS 인증을 위해 더 큰 로고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조금 다른 예시이나 지난 프라다(Prada) 2021 S/S 시즌 컬렉션에서는 쇄골 로고라는 재미있는 디자인이 등장했습니다.

쇄골 위치 역삼각형 로고를 강조한 프라다. 출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화상회의를 위주로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고 상체에만 디자인 포인트가 강조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표현은 트래픽이 발생하는 공간과 밀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코로나 이후 SNS 등을 온라인을 위주 소통이 가속되어 왔으며 가장 본인을 표출하기 쉬운 프로필 이미지에 NFT가 도입되었으며, 트위터가 NFT 프로필 기능을 제공하며 이런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로필 화면 작기 때문에 픽셀 아트 또는 애니메이션 스타일 같이 작은 화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명료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버추얼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신세대에게  PFP NFT는 더욱 트렌드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지금 학생들이 명품 하울(Haul)을 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NFT 하울을 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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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은 제품을 구매한 뒤 이를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의미합니다.

마치며

기술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코드 레벨을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사용자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공간, 상황, 대상 등을 고려할 때 기술의 필요성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

행동경제학과 관련되어 몇 가지 소비 심리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려 했으나, 추후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함께 다른 포스팅으로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