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타씨에게 묻다"를 읽고

"이와타씨에게 묻다"를 읽고

저는 일과 취미를 구분하지 않고 일하는 타입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취미가 있면 "게임과 게임 회사의 히스토리 조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게임을 하거나, 게임 플레이를 보기보다 이런 리서치 시간이 더 많으니 취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기준에서 게임은 제프 베조스가 이야기한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가치"에 부합합니다. 인류는 끊임없이 유희를 찾고 창의력을 추구하는 존재니까요. 또한 게임 개발은 여러 개발의 총집합체이자 개발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저는 게임사의 여러 스토리 중 닌텐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실제로 즐겼던 게임 중 대다수가 닌텐도의 게임이기도 하고, 그들이 설계하는 재미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닌텐도의 4대 대표인 이와타 사토루는 제가 존경하는 개발자이자 기업인입니다. 천재적인 개발자이자 경영 철학에서도 존경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진정한 "육각형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그가 과거에 인터뷰한 기사를 바탕으로 동료들의 증언 등을 추가하여 작성한 짧은 책입니다. 책에 대한 내용을 여러모로 해석하기 보다는 인상깊었던 문장을 바탕으로 크게 3가지 큰 제목으로만 분류해보았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장이자 동료

이와타씨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이 분명했던 것 같습니다. 직원으로도, 개발자로도, 대표로도 말이죠.

  • 나는 언제나 그렇지만 ‘이 일은 내가 하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면 좋은지 싫은지 따지지 않고 바로 각오를 다집니다. (전 회사 HAL에서 위기 상황에서 사장이 된 이후)
  •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는 ‘보스가 나의 일을 제대로 알아주는 회사’이너가 ‘보스가 나의 행복을 제대로 생각해주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사장이 된 이후 모든 직원과 면담을 하게 된 이유)
  • 경영이 어려워져 십수억 엔의 빚을 안았을 때, 바로 떠오른 것은 ‘도망친다’라는 선택지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부터 먼저 버렸습니다. “만약 도망친다면 평생 후회한다” 최종적으로 결단한 이유는 오롯이 이것입니다.
  • 몇 년 동안 같은 방향의 사고방식이 통용되고 그것이 성공을 거듭하면, 이로 인해 ‘성공을 체험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중략) ‘지금 좋다고 여기는 방식이 정말로 옳은 걸까’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회사 내 사람들이 의심하면서, 변해가는 주의 만물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면 자기 일이 재밌어진다.
  • 제품을 만들고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재미있다는 것을 자꾸자꾸 만들어 발매하고, 이것이 인정받았을 때 쾌감이 생겨 더 잘하게 됩니다. (중략) 따라서 재능이란, ‘보상을 찾아내는 능력’이지 않을까요. ‘끝까지 해내는 것’보다도 ‘끝까지 해낸 일에 쾌감을 느끼는 것’이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자신이 쏟아부은 것보다 보상이 더 크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선순환이 시작되고 이것은 계속 이어집니다.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서 ‘이것을 잘할지도’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무조건 보상회로가 열려있습니다.
  • ‘아이디어란 여러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것’
  • 설명할 수 없는 ‘왜?’가 있으면 규명하지 않고는 못 배깁니다.

공통의 비전을 세우는 능력

본인의 기준이 분명히 있으며 그 기준만큼 뛰어난 사람임과 동시에 그는 공통의 비전을 만들 수 있는 역량 또한 넘쳤던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환경을 조성하고 모두를 동기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그 어떤 능력보다 뛰어난 능력이 아닐까요.

  • 이와타씨가 닌텐도의 사장이 되고나서 시작한 좋은 일이 많지만, 그중 하나가 여러 가지 새로운 제대와 구조를 만들어서 그것에 이름을 붙인 일입니다.
  • 이와타씨는 책 속에서 힌트를 구한다기보다는, 평소 생각하던 바를 입증하거나 자기 생각을 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유용하게 사용하는 듯했습니다. ‘닌텐도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 회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등을 항상 고민하면서, 책 속에 자기 생각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으면 더욱 확신에 차곤 했습니다. ‘이 책을 직원에게 권해서 읽게 한다면 자기 생각도 설명할 수 있고 회사 내 의견통합도 도모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책을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선물하고 추천 도서도 전달했다는 내용)
  • ‘프로그래머는 NO라고 해서는 안된다’
  • (중략)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라도 게임의 내부에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 이와타씨는 아이디어에 대한 리액션이 좋았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내놓으면, 기쁜 듯이 “이럴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라고 답합니다. (중략) 때에 따라서는 “그렇다면 이런 것도 가능합니다” 같은 제안까지 내주기도 합니다.
  •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컴퓨터가 하게 하면 됩니다”,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니까“

닌텐도를 이끈 리더들의 게임 철학

제가 닌텐도에 대해 애정이 강한 것은 그들이 게임 제작에 대한 인터뷰에서 다양한 그들의 철학이 드러나서 입니다. 해당 책에서도 꽤나 많은 닌텐도의 게임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미야모토와 이와타, 그리고 닌텐도의 성공을 만든 것은 다음과 같은 철학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 ‘게임을 여러 번 되풀이해도 재미있어할 구조를 만든다’
  • ‘소재를 버리면 아깝다’
  • 게임기는 그 기계 성능보다도 어떤 환경에서 놀 수 있는가를 철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원래 비디오게임기란 ‘텔레비전을 놀이 도구로 삼는 기기’를 뜻하지만 이 놀이 도구의 정의가 향후에는 점점 더 넓어지리라 생각하거든요
  • 닌텐도 DS는 ‘게임 인구의 확대’를 목표로, 과거에 게임이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적극적으로 가져왔습니다.
  • ‘닌텐도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본인의 상상력과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
  •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게임을 이해하게 되어야만 게임의 사회적 지위가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중략) 새로운 사람이 계속해서 게임의 세계로 들어오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도록 하지 않으면 고객은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지고 맙니다.
  • 우리의 플랫폼에서 우리가 무척 신경쓰는 부분은 ‘작동하기 쉬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인데, ‘같은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라는 점에서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설명서를 읽지 않고도 즐길 수 있어야’합니다.

마치며

포스트 썸네일에도 적었지만, 그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핵심 파트는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가치체계 내에서는 ‘주위 사람들이 기뻐한다’든가 ‘주위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같은 것이 매우 상위에 있습니다. 이미 ‘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테다!’라고 마음먹었지요.

'좋은 의지와 그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이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짧은 분량이라 쉽게 쉽게 읽히는 책이라 주기적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책을 추천해준 재석(Jay)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