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를 읽고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마쓰이 타다미스 저 / 민경욱 옮김, mumentum)를 읽고, 2023.04.21
시작에 앞서
해당 책은 MUJI로도 익숙한 무인양품의 본사인 (주)양품계획의 회장 마쓰이 타다미쓰의 저서입니다. 2001년 세이유에서 낙하산으로 무인양품 사장으로 취임하였고, 적자였던 무인양품을 조직 구조 개편을 통해 적자 전환은 물론 현재의 무인양품까지 성장시켰습니다.
책의 주제는 "매뉴얼"입니다. 디테일에 대한 장인정신(또는 집착)과 섬세함 등 읽으면서 매우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었습니다. 모든 조직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배울 점은 분명 있었습니다.
Why: 왜 MUJIGRAM인가
사장은 조직으로 향하는 모든 벡터를 통합해야 한다. (p.29)
MUJIGRAM은 무인양품의 매뉴얼로 13권, 약 2000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양이 양인만큼 무인양품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매장의 운영 총괄을 포함하여, 디자인 철학, 인사 로직 등등... 살짝 숨 막힐 수도 있지만 이런 매뉴얼을 만든 계기가 중요합니다. 책 서론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그처럼 회사가 침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기에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그때 제가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임금을 깎는 것도, 사람을 자르는 것도, 사업을 축소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것이 무인양품 부활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p.13)
이 내용에서 구조와 매뉴얼의 힘이자 우리가 지향해야할 3가지 방향성을 뽑을 수 있습니다.
-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내 노력은 성과로 100% 이어지는가?)
- 경험과 감을 축적하는 구조 (업무가 혼자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지는 않는가?)
- 낭비를 철저히 줄이는 구조 (불필요한 업무와 자원 소모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다만 매뉴얼의 목표는 통제가 아닙니다. 매뉴얼의 만드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리고 모든 사원과 스태프가 문제점을 발견해 개선하는 자세를 갖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의식 개선을 통해 뛰어난 실행력이 나타나는 것이죠.
책에서는 매뉴얼의 장점을 크게 5가지로 이야기합니다.
- 경험과 지혜의 축적
- 계속되는 개선을 통해 조직 진화
- 사원 교육의 효율화 (동기부여)
- 조직 이념의 통일(Vision Sharing)
- 업무의 본질 수정(불필요한 벡터의 감소)
How: 매뉴얼을 만드는 원칙
책에서는 원칙에 "2장. 결정한 것을 결정한 대로 반드시 실천하라."와 "3장. 회사를 강하게 만드는 심플한 원칙"에서 다룹니다. 다만 3장의 내용은 지나치게 마이너하며 사회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아 공감이 크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2장에는 공감될만한 내용이 많았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매뉴얼은 활용할 사람이 만들어야 합니다. 현장의 문제점을 아는 것은 현장 사람입니다. 매뉴얼을 만드는 데는 특정 부서가 아니라 반드시 모든 부서가 참가해야 합니다.
- 매뉴얼은 신입사원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좋은 예와 나쁜 예를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느라 무엇을 실현하는가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념만큼 실행하여 체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무지그램에는 "무엇", "왜", "언제", "누가"를 먼저 설명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들어갑니다.
-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시화가 항상 우선입니다.
- (가시화 -> 제안 -> 개선) 순환 사이클을 통해 발전된 매뉴얼을 만듭니다.
- 인재 양성, 즉 노하우를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도 매뉴얼의 목적입니다. 인재 양성이 쉬울수록 기업에 이득입니다. 또한 매뉴얼로 "인재 육성하는 인재"를 기를 수도 있습니다.
What: 매뉴얼 사례
업무의 데드라인을 가시화하여 보다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쉽게 이뤄질 수 있지만 동아리, 소모임, 스타트업 등의 다수 신규 조직에서는 각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무인양품은 2가지 구조를 사용합니다.
- 데드라인 보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일을 요청했을 경우, (담당자, 지시 내용, 데드라인) 등을 기록하여 상사의 보드에 작성합니다. 그리고 그 일이 데드라인에 이뤄지면 O, 아니면 X를 기록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모든 사원이 이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적절한 긴장감을 통해 동기부여를 자극하고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DINA 시스템: 마감(Dead Line), 지시(Instruction), 연락(Notice). 의사록(Agenda)을 기록하는 컴퓨터 시스템입니다. 데드라인 보드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책의 사례에서는 "열람 여부"를 확인하여 보다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포함됩니다.
[1] 최근 동료에게 업무 효율화에 대해 좋은 의견을 들었습니다. 완벽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간단하게나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업무로 인해 구성원이 업무를 놓치는 일을 줄이고 싶다면,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은 운영진 차원에서 시도해볼 수 있다. (1) 당근: 본인의 이익과 직결되어야 한다. (2) 채찍: 또는 본인의 손해와 직결되어야 한다. (2) Peer Pressure: 동료의 시선을 통한 약한 사회적 압박을 줄 수 있다.
[2] 과거에는 자체 시스템 등을 통해 구축해야 했겠지만, 현재는 좋은 툴이 정말 많습니다. Notion과 Slack만으로도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기 쉽습니다. 사내에도 이런 부분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아 여러 방면으로 재밌는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Zapier 를 사용하여 Notion+Slack+Spreadsheet 등의 시스템 구축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데 효과적인 사례가 나온다면 블로그로 방법론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치며
"모든 것을 매뉴얼로 만들어야 할까?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에 대해 질 문할 수 있지만 타다미쓰는 "매뉴얼이야 말로 동기부여의 길이다"라 이야기합니다. 매뉴얼은 "이렇게 해야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의 고민과 개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맥락없는 매뉴얼은 탁상공론이 될 수 있으나, 무인양품의 매뉴얼은 적어도 그런 매뉴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 삶은,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은 "구조"가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