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와 수수께끼(The Monk and the Riddle)"을 읽고
승려와 수수께끼(랜디 코미사 저 / 신철호 옮김, 이콘)을 읽고, 2023.04.17
시작에 앞서
성인이 된 이후 형이 종종 책을 선물해주고는 한다. 특히나 자기계발, 생산성, 창업 등의 공통 관심사도 많고 형의 픽(pick)은 언제나 성공 확률이 높아 선물받은 책의 70%는 읽는 편이다. 이번 주에는 2020-2021년 부근에 형에게 받은 "승려와 수수께끼"를 읽었다. 책 제목은 마치 차분한 소설과 같으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 랜디 코미사(Randy Comisar)가 레니라는 가상의 예비 창업자와의 대화와 이메일을 통해 "창업이란 무엇인가"를 풀어내고 있다. 책에는 예비 창업자를 위한 조언과 함께 인생에 있어 고민할만한 몇 가지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인상 깊었던 몇 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보았다. 이 책은 창업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그 외에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1. 미뤄놓은 인생 설계, 열정과 의지의 차이
가장 큰 위험부담은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 인생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p.254)
열정을 다해 열심히 일하라. 단, 가장 소중한 재산인 시간을 가장 의미 있는 일에 써라.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
(중략)
내일 갑자기 생이 끝난다면 지금까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앞으로 평생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p.256)
1-1 미뤄놓은 인생 설계
위의 내용을 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뤄놓은 인생 설계'을 알면 좋다. 랜디는 해당 인생 설계를 크게 2가지 파트로 나눈다.
1단계: 해야만 하는 것을 해라. (그렇게 미룬 후, 궁극적으로)
2단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라.
다수는 경제적 자유를 1단계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창업을 시도한다. 다만 창업에서 성공 케이스는 극히 일부며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1단계에 대다수의 힘을 쏟다보니 막상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나서 오히려 방향감을 잃는 사람도 많다.
이런 인생 설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랜디는 2단계를 위해 하고 싶지 않은 1단계를 하는 삶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통해 그 조건을 만족시키면 더 좋지 않을까 제안한다.
다만 드는 생각은 말이 좋아 도전이지, "덕업일치"를 꿈꿀 수 있는 삶은 축복이 아닐까? 책에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지만 하고 싶은 것과 재능은 또 다른 이야기이기에. 그런 면에서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삶이다.
의지와 열정을 혼동하지 마십시오. 의지는 떠밀려 가는 것을 말합니다. 의무감과 책임감 때문에 말입니다. 열정은 본래 자신과 일치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유대감 같은 것이지요. (p.163)
1-2. 열정과 의지의 차이
랜디는 열정과 의지과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한 번도 이 차이에 대해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으나 꽤나 일리있는 설명이었다.
열정이란, 저항할 수조차 없이 어떤 것으로 당신 자신을 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의지란, 책임감 또는 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일에 의해 떠밀려가는 것이다.
(중략)
'미뤄 놓은 인생 설계'의 삶에서 1단계에 발휘되는 것은 의지다. 잠시 보류시켜 놓은 2단계야말로 열정이 담겨 있는 시기다. 사람들은 2단계에 이르렀을 때, 열정이 저절로 부활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 거기까지 도착하기만 하면 말이다.
(p.150-151)
열정과 의지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강한 의지는 열정처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예시로 예비 창업자 레니는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결국 랜디에게 꾸준한 조언을 받는다. 일부에게 "금전적 만족감"은 열정이 아닐까?
책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잃어버린 열정"에 대한 해결책이다. 생각보다 주변에는 "열정"이 식었거나 사라진 사람들이 많다. 주변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찾고 있는데 여전히 찾지 못했다. 사업을 하게 된다면 주변의 열정을 자극하는 방향일 것이다.
참고로 덕업일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은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열정이 있는 대부분은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적당한 재능과 엄청난 노력이 있다면 누구 나 덕업을 하며 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일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서 공통 벡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필수 조건이다.) 각자 인생의 출발선은 분명 다르다. 다만 공통으로 주어진 24시간에 대해 충분히 사용하는 것은 본인 몫이며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나는 나에게 묻고 싶다.
- 지금 하는 일이 실패를 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는가?
- 지금의 나를 이끄는 것은 열정인가, 의지인가?
- 나는 시간을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사용하고 있는가? 휴식도 마찬가지로 "SNS"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 "휴식"을 하고 있는가?
- 나는 주변에 열정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인가?
2. 리더와 리더십
실리콘밸리의 베테랑이라면 누구나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벤처기업에는 단계별로 세 명의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p.219-220)
책에서는 대표의 유형을 개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아래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 첫 번째 단계는 '리트리버' 같아야 한다. 일관성 있는 비전하에 핵심팀을 구성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시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또한 초기 자금을 유치하고, 고객과 협력업체를 확보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끈기와 창의력이 빛을 발한다.
- 두 번째 단계는 '블러드하운드' 같아야 한다. 그의 역할은 시장의 냄새를 맡고 기업의 입지를 다지는 것으로서, 경영진을 구성하고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예리한 방향 감각과 기업의 규모 확장에 필요한 기술이 중요하다.
- 세 번째 단계는 "허스키" 같아야 한다. 사람들과 함께 상장사의 책임성을 가지고 매일 비중 있게 성장하는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일관성 있는 태도와 결단력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대표를 만났으며 창업에 대해 꿈꿔왔다. 그러나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지향하고 바라는 대표의 모습과 역할에 대해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점이 부끄러웠다. 내가 "대표" 프레임워크를 만든다면 어떤 덕목이 가장 중요할까?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나는 나에게 묻고 싶다.
- 나는 어떤 대표가 되고 싶은가? 또는 나는 어떤 대표인가?
- 대표로서 장점은 무엇이며, 단점은 무엇일까? 어떤 장점이 나를 차별화하며, 어떤 단점이 가장 큰 리스크인가?
-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3. 기억하고 싶은 문구
MBA 강의에서 가끔 강의를 할 때 저는 이런 말을 합니다. 비즈니스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재정이 아닌 애정이라고요. (p.164)
실리콘 밸리는 사업상의 실패에 대해 너그럽다. 하지만 어리석음과 게으름, 불성실에 대해서는 벌을 내린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시장의 변화와 경쟁업체의 변화, 혹은 과학기술의 변화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사업상 실패에 대해서는 용서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사업의 실패 이유다. (p.248)
만약 당신이 똑똑하면 위험부담이 15 ~ 20% 정도 감소한다. 하루에 24시간 일한다면 15 ~ 20% 정도 감소한다. 나머지 60 ~ 70%의 위험부담은 당신이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p.251)
사업의 묘미란 바로 텅 빈 캔버스 하나를 들고서 현상을 무너뜨리고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p.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