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안수빈] 24년 3분기

[월간 안수빈] 24년 3분기
9월 말, 제주도 3박 4일 휴가를 다녀왔다.

매해 그렇듯 3분기는 한 해의 가장 바쁜 시기가 아닌가 싶다, 6월의 수술이 끝나고 3주의 휴식 후 바로 복직했다. 지나고보니 더 휴식을 취하고 복직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Work

Small Data Analytics

AI 시장의 발전을 눈으로 목격한 현 세대가 데이터 분석에서 기대하는 것은 판타지에 가깝다. 영화 "머니볼"과 같이 데이터로 엄청난 승률을 원하지만 이는 소수의 분야에 해당한다. A/B 테스트가 가능한 광고, 커머스 시장 또는 리텐션이 중요한 플랫폼에서는 데이터는 엄청난 무기가 되지만 투자 분야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다. 밸류에이션 측정이 현재 매출 또는 프로덕트의 유용성과 다르게 "기술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상대 평가에 가까우며, 중간의 베어마켓에 따라 마켓이 다르게 형성되어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못한 것도 분석이 어려워지는 데 한 몫 한다.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크립토 시장을 데이터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프로덕트 유형, 기간 단위에 따라 다르게 살펴봐야 하며 100~1000개 이하의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유의미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면 통계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크립토 투자 업계는 소규모 집단의 선택이 반영되어 그런지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다수다. 꽤나 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수기로 모았는데 아직 갈 길이 한 참 멀었다.

데이터에 대한 해석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분석가의 역량이자 책임에 가깝다. 안타깝게 그리고 재밌게도 시장에 정답은 없다. 다시 말해 리스크 없는 반드시 성공하는 투자란 없다. 그렇기에 다양한 선택지와 해석 가능성을 의사 결정자가 선택할 수 있게 나열하는 것이 기본적인 옵션이다. 절대적인 중립이란 것은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서도 넛지를 위한 의도적인 편향, 표현의 한계, 분석가의 무지와 오판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분석가는 끊임없이 본인을 점검해야 한다. 내 지식이, 내 경험이 이미 Legacy가 되버린 것은 아닐지. 또는 이미 사회에 찌들어 상상력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표현이 이미 편향된 단어로 구성된 것은 아닌지.

4분기는 이 데이터를 어떻게 유의미한 결론으로 도출할지, 또한 2025년에 어떻게 더 확장시킬지에 대해 더 시간을 투자할 예정이다.

Responsibility

지난 2022년 3월 이후로 크립토에서 SNS 활동을 통해 꾸준하게 인지도를 쌓았다. 최근 Telegram <안수빈의 Web3>는 구독자 4000명을, Twitter는 24k에서 점점 줄어 21k 내외를 오가고 있다. 그만큼 무서움도 함께 커진다.

벤처캐피탈의 일원으로 특정 프로젝트를 옹호하거나 부정적인 소리를 내는 것은 여러 책임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시장에서 뒤로 퇴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0대 초반 시절 개발 커뮤니티에서 떠들던 개인 그리고 단순히 기술적인 분석을 하던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면책 사유(disclaimer)를 달았다고 해서 그것에 완전히 무관해질 수 있는가? 법적으로는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신뢰는 그렇게 구축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내 글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혹여나 있더라도 매우 소규모 손실이길 바란다) 매번 조심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어느 순간 자기 검열의 늪에 빠져 있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Team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한 가지는 팀에 대한 신뢰다. 리더를 믿을 수 있고, 팀원을 믿을 수 있는 집단이다. 결과, 역량, 성실함, 수용, 정직, 성장 가능성 등 모든 부문에서 내가 보고 경험한 조직 중 최상위라 자부할 수 있다. 남은 올해도,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일들도 기대된다.

독서

세상을 더 폭 넓게 이해하며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 독서에 더 집중했던 3분기였으며, 이번 분기의 핵심은 독서가 아니었나 싶다. 완독한 서적을 최신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신뢰 이동(레이첼 보츠먼):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우버 등의 기업 성공 신화를 신뢰 구축 차원에서 해석한다. 신뢰 형성의 근원지와 방법론, 분산 신뢰 시대에서 AI와 블록체인에 대한 인사이트까지 고민할 부분이 많았다.
  • 화폐 혁명 (홍익희, 홍기대): 대학교 교양 수업을 읽는 느낌. 다양한 화폐의 실패 사례들을 통해 세계사를 훑는다. 암호화폐가 가져온 화폐 혁명을 다루나 2017년까지만 업데이트 되어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책 구성이 매우 알차 경제 교양 서적을 읽고 싶어하는 분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외 2인): 세상은 대다수의 생각보다 더 나아지고 있음을 데이터로 말해주는 책.지수 함수에 따른 소득 수준 구분에 따라 삶의 질이 나아지는 부분이 특히나 인상적. 뉴스 등에 편향되지 않고 비교가 아닌 절대적으로 나아지는 세상에 대해 바라볼 수 있다. 공공 데이터 분석 관점에서도 재밌는 서적.
  • 찰리 멍거 바이블 (김재현, 이건): 지식인 찰리 멍거의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책. 격자틀 모형과 인간의 오판 유형 25가지는 모든 일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삶의 지식이라 확언할 수 있다. 이해하기는 정말 쉽고 매순간 이런 멘탈 모델로 일에 적용하려 하나 쉽지 않다.
  • 읽고 쓰고 소유하다 (Read, Write, Own) (크리스 딕슨): 오픈소스로 시작된 Web의 세계에서 중앙 플랫폼의 형성까지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어떻게 소유권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 블록체인을 단순히 투기가 아닌 문제 의식에서 부터 해결책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 불변의 법칙 (모건 하우절): 리스크 매니지 측면에서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 개인적으로 해당 서적과 찰리 멍거 바이블은 합이 정말 좋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오판, 그리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리스크 매니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주는 서적. 쉽게 읽혀 종종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그 외에도 다음 책을 읽고 있다. 다양한 서적을 번갈아가며 읽다보니 완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대부분 20~30% 정도 읽었다. 현재는 물질의 세계를 읽고 있는데 사피엔스, 총, 균, 쇠 등의 책을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한 서적이다.

  • 물질의 세계 (에드 콘웨이)
  • 이더리움 억만장자들 (로라 신)
  • 원칙 PRINCIPLES (레이 달리오)
  • 시장의 마법사들 (잭 슈웨거)
  • 창조적 행위 (릭 루빈)
  • 어른의 어휘력 (유선경)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분기에 5~6권 정도는 꾸준히 읽어도 연 25권 내외로 읽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아직 공부하고 싶은 게 많은만큼 더 독서에 시간을 할애 해야겠다.

독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유의미한 컨텐츠 소비로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정주행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 연재 시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0년이 넘어 작년쯤 애니메이션도 완성되었다고 하여 정주행하였다. 특히 올해 초에 가장 고민했던 주제인 "실존주의", "자유의지", "허무주의" 등을 재밌게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특히나 몰입하며 보았다. 입체적 인물, 스토리라인, 떡밥 회수, 결말까지 완성도가 높아 애니메이션을 안보는 분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기록을 위한 기록

  • Bloomberg에 밈코인 관련 데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초 Liquid Restaking Token 이후 2번째이다.
  • 한국 경제 주최의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4에서 "Web3 생태계의 미래" 주제에 대해 패널로 참여했다. (관련 기사)
  •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Dune에서 Hashed 계정에 총 8000+ 개의 스타를 달성했다. 다만 Berachain 커뮤니티에서 전체 1위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라 팀 1위는 당분간은 반납할 것 같다. 다시 단일 플랫폼 1위 쟁탈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중.
  • Korea Blockchain Week에는 최대한 적은 이벤트, 최대한의 효율을 얻고자 했는데 나름 성공적인 일정이었다. 각 날짜 별 후기는 다음 텔레그램 링크 참고. (Day 1, Day 2, Day 3, Day 4) 영어 실력이 늘었음을 그래도 체감하여 뿌듯한 한 주 였다.
  • 선택과 집중을 위해 의도했던 개발을 많이 내려놓았다. 현재는 업무 시간의 대다수를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과 리서치에 할애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인턴 또는 리서처가 생긴다면 개발에 다시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 PT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