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안수빈] 24년 2분기

[월간 안수빈] 24년 2분기

20살 이후 일 외로 가장 빠르게 지나간 3개월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신없는 2024년 2분기였다. 원래는 회고를 통해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기억에 남기고자 하는 회고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다시 코어에 집중하는 시기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의 방향성 확장

Dune Ranking (24.07.01)

2024년 2분기 크립토 시장은 기대와 불안이 가득했던 시장이었다. Bitcoin ETF의 모멘텀인지 지난 1년보다 더 많은 수의 프로젝트가 나왔고 2023년 베어장을 거친 다수의 프로젝트의 토큰 런칭 등 팔로우 영역은 넘쳐났다. 다만 매매/에어드랍 파밍 사용자가 더 많다보니 온체인보다는 오프체인 등의 활동에 대한 분석이 더욱 중요해졌고, 이는 기존의 온체인 유저 중심적인 데이터 분석이 분석할만한 포인트가 적어졌단 것을 의미했다.

작년에 가장 큰 목표이자 KPI는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Dune에서 높은 랭킹 달성이었다. 운도 잘 맞아떨어져 팀 랭킹 1위를 작년에 달성하고 지난 반 년동안 격차를 벌리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사 대시보드들 또한 대부분 기본적으로는 커버하고 있는 상태며, Non-EVM 체인 포트폴리오가 많아지며 더 필요한 작업들이 남긴 했지만 이는 작년 업무 비중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다.

직접 쿼리하고 대시보드를 만드는 플랫폼에서 랭킹 1위는 상징성은 좋으나, 확장성에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많은 기존 데이터 분석을 신규 플랫폼들이 대체하고 있으며, 지금은 이를 더 활용한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일단 시작하면 크고 작은 수작업이 많아질 것 같아 각 플랫폼 별로 살펴보고 있는 중인데, 3분기는 해당 작업을 위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상하건데 8월즈음에는 인턴이 필요하게 될 것 같다.

개발...?

NodeGuardians Profile

벌써 크립토에 입문하여 지금 회사와 함께한지도 2년이 되었다. 2016년에 개발 공부를 시작하여 지금 회사를 오기까지는 약 6년정도의 개발에만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다. 회사에서도 종종 작은 개발을 담당하나 개발에 대한 공백에 대한 아쉬움이 슬슬 생겼다. 가진 무기 중 하나인 개발 역량이 점점 희석되고 있어 불안함도 컸던 것 같다.

작년과 같이 종종 NodeGuardians의 스마트 컨트랙트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틈날 때 Daily Leetcode를 풀기도 하긴 했지만 "개발"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사내에서는 필요한 개발 관련 리서치(Bitcoin, VMs, ZK/FHE, DePIN 등)나 프로젝트 기술 검토 등도 재밌긴 했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개발"은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이 질문에 대해 만족스러운 정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난 무엇을 개발하면 밤샐정도로 즐겁게 개발 할 수 있을까?

개발을 재밌어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프로덕트 또는 컴포넌트를 통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단 점이 가장 크다. 개발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포인트를 크게 묶어보면 (1) 생산성 증대 (2) 교육 등의 평등 추구 (3) 재미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정도로 나뉘게 되는데 지금까지는 앞의 두 가지에 많이 초점을 두었고, 3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시도는 해보고 싶어 취미 삼아 공부하고 있다. OS도 없던 시절에도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툴과 교육 자원을 두고 아무런 시도 조차 안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밤샐 정도로 재밌진 않지만) 시간은 걸리겠지만 3년 후, 5년 후를 바라보고 공부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AI 개발도 조금씩은 보고 있는데, "재밌는 프로덕트"가 떠오르기 전까지 딥하게 개발은 하지 않을 것 같다. AI/블록체인 모두 기술이 주는 기대감 대비 PMF찾는 게 가장 어려운 시장.

투자 비중의 축소

지난 1분기에는 투자에 집중했다. 수익을 얻고 싶었던 것도 크지만 핵심은 앞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승장에 대한 선경험과 회사의 투자 방향성 지원을 위한 학습이 가장 컸다. "투자"라는 게 충분하다는 것은 없겠지만, 이정도면 일단은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다.

  1. 다양한 채널을 통한 빠른 내러티브 파악을 하다보니 집중력이 너무 낮아졌다. 짧은 글은 텔레그램 운영을 하다보니 쉽게 읽고 썼지만, 책 등의 긴 글을 읽거나 리서치를 작성하는 작업이 버겁게 느껴졌다. 집중력을 관리할 수 있어야 오래갈 수 있다.
  2. 얕은 리서치가 반복되다보니 장기적인 시장 예측보다 단기 시장에 더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고 회사의 방향성과 얼라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회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10x, 100x 성장을 할 수 있는 회사다.
  3. 내부/외부에 리서치 내용을 공유하는 데 있어, 충분하지 않은 리서치는 리스크라 판단했다. 완벽한 리서치라는 것은 없겠지만 놓치고 있는 포인트가 적지 않다고 느껴졌다.

이 과정에서 전쟁, 매크로 등에 대한 대처를 거의 하지 못했고 투자 자산은 현물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고점대비 -80% 까지 기록하였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리스크 관리와 기존 하이리스크-하이리턴 투자 방식에 대해 레슨 런도 크다.

병원, 그리고 휴식

아프면 고생이다. 4월부터 나의 모든 일정을 망가뜨리고 괴롭혔던 여러 검사들과 수술이 잘 마쳤다. 6월 중순 담낭제거를 위한 복강경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 이후 5일 정도는 침대 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파 쉬었다. 그 이후에는 회복을 위해 약 일주일 정도 추가적으로 휴식을 취했다. 오히려 수술 이후에 음식도 한정적이고 물리적/정신적 휴식을 취하다보니 훨씬 건강해진 느낌도 든다. 2개월 정도는 운동과 음주를 하지말라고 하는데, 위스키를 취미로 두자마자 금주령을 받은 기분이라 아쉬운 마음도 크다. 그래도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 완전 럭키비키 마인드다.

가장 좋았던 것은 수술 이후 2주간 크립토 투자/리서치/개발 모두 손을 떼고, 독서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위에 언급한 집중력 감소를 이번 기회에 조금 해결해보고자 시도한 독서였으며 약 6권 정도 완독했다. 2주간 디지털 기기와 멀리 지냈더니 그 어느때보다 정신이 맑다.

  • 플레이 (재독): 넥슨의 역사. 읽다보면 한번쯤은 넥슨에서 일해보고 싶다. 기업 스토리 중에 가장 재밌게 서술된 책이라 생각하고, 게임 업계를 좋아하다보니 이번이 대략 4-5번째 완독.
  • 하드씽 (재독): 파운더라면 책 후반부의 회사 성장에 따른 조언이 주된 포인트지만, 나는 익스플로러,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시장의 우여곡절을 더 좋아한다. 성장하는 분야에서 엑싯 시점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준다.
  • 위기의 역사 (재독): 크립토 업계의 본질은 금융임에도 여전히 금융은 어렵다. 더 깊은 공부하기 앞서 시작에 좋은 교양 서적.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코로나 시기 전까지 금융에 대해 무지했던 내 과거가 너무 아쉽다.
  • VC 스타트업: 신간으로 나온 책으로 VC를 지망하는 학생 또는 IR덱을 준비하는 초보 파운더에게 좋은 기본서.
  • 판교의 젊은 기획자들: 코로나 시즌에 산 도서로 눈에 띄어 빠르게 완독. 책의 전체적인 내용보다 저자의 시기에 따른 적절한 이직에 대한 판단이 눈에 띈다.
  •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지금 회사의 성장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고 믿는데, 그나마 가장 유사한 회사가 소프트뱅크라 생각한다. 그 외에도 소프트웨어, 브로드밴드, 모바일 시장의 성장에 대해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 하드씽과 함께 지금의 AI와 블록체인 시대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 좋다. 손정의 같이 이런 "왕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언젠간 창업의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 불타오르게 만든 책.
  • 불변의 법칙 (읽는 중): 동료 중 하나가 X에 공유한 내용이 기억나 읽기 시작한 책. 단락별로 내용이 컴팩트해서 재밌게 읽는 중. 특히나 불확실성과 리스크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기존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 반성도 종종 하게 된다.

앞으로는 독서 습관도 다시 기를 겸 분기별 읽은 도서도 간략하게 정리해서 이런 방식으로 공유해야겠다.

뜬금없지만 이 외에 여자친구에게 "원피스"를 영업하다가 역으로 내가 다시 빠져들어 "조"부터 최신화까지 정주행했다. 지금까지 정주행만 하더라도 최소 5번은 한 것 같은데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이라고 한다면 원피스가 아닐까.

마치며

병원 일정에 치여 너무 빠르게 지나간 2분기라 아쉬운 마음이 정말 크다. 하지만 수술을 포함하여, 수술에 앞서 휴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집청소, 에어컨 설치, 업무 재설정 등 마음의 짐이자 앞으로 달리기 위한 재정비를 많이 끝냈다. 아직 휴식이 조금 더 필요하긴 하지만 우선 수술과 1차 점검을 끝으로 병원 일정들이 마무리 되었단 것만으로 후련하다.

벌써 훅 지나가버린 2024, 남은 한 해는 더 낭만있게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