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라는 벽을 넘기 위해

"영어"라는 벽을 넘기 위해
Thanks for clean & nice screenshot, my bro🥰

운이 좋게도 리스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개인의 노력도 있지만 회사와 회사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크게 3개의 행사를 다녀왔는데 해당 과정에서 가장 큰 걱정은 영어였습니다. 지난 출장의 영어에 대한 걱정이 단순히 첫 해외 출장이라는 부분에서 오는 불안감이었다면, 이번에는 "명확한 역할"이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컸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호들갑 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꽤 컸던 준비 경험이라 그 과정을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

🌐 영어 잘하면서 왜 걱정해? NOPE.

왜 무서워해? 그리고 어떻게 하고 싶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조금씩 가지게 되면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다른 것도 잘할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는 한다. "초등 교육 수준이냐"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은 주변 사람에 비해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냥 간단한 사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1. 고등학교는 영어가 그리 중심되지 않았었고 수능 공부를 하지 않아 오히려 기초 단어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 매번 그래서 영어 분반을 하면 항상 가장 쉬운 반에서 고전하는 편이었다.
  2. 대학교 학부 졸업 요건을 맞추지 못할 뻔 했고 (마감 2주전 통과), 대학원 입학 요건을 맞추지 못할 뻔 했다. (마감 1주전 통과) 참고로 둘 다 컷이 높지 않고 이 때문에 졸업/입학을 못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3. 입사 초기에 사내에서 영어발표 기회가 있었는데, 발표 이후 영어 공부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엄청 스윗하게 말씀해주셨고 응원의 의미로 말씀한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끄러웠던 순간이다.

중학생부터 국어와 영어 실력에 대한 격차가 점점 커지며 회피하기 시작했다. 학부에 AI 논문을 수십개씩 읽던 시절에도 번역기를 달고 살았다. 그리고 기술 분야가 핵심 용어만 알아도 읽기에는 큰 문제가 없기에 그것만으로도 한국에서 개발자로 살기에는 큰 무리는 없었다. 심지어 지금은 ChatGPT도 너무 훌륭하다.

다만 영어에 대한 필요성은 항상 느끼고 있었다.

  1. 여러 개의 개발 블로그와 채널을 운영하면서 "영어 자료"를 우선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10x 늘어나는 경험이 컸다.
  2. 본인이 그리는 꿈의 크기가 "자국"인지 "글로벌"인지에 따라 확장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창업가/개발자와 실리콘밸리 창업가/개발자가 지능을 포함한 다양한 능력 면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환경의 차이가 격차를 만든다. 개인 단위로도, 기업 단위로도 언어 배리어로 확장성이 한정되는 부분이 아쉬웠고 적어도 나는 이 틀을 벗어나고 싶었다.

왜 이번 컨퍼런스를 가고 싶었어?

사람은 Comfort Zone을 벗어날 때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반복은 숙련도를 키우지만, 역량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본인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으로 꾸준히 확장해야 한다. 나에게는 위에서 말한 숙제 같은 영어가 눈에 보이는 comfort zone이었다.

이번 행사는 3개를 참여했다.

  • [DuneCon23] 데이터 분석 컨퍼런스. 토큰 분배에 대한 토의 패널(Panel)
  • [ETHLisbon] 블록체인 해커톤 멘토(Mentor) 참여
  • [NEARCON23] Web3와 AI의 교차점에 대한 패널 토의의 사회자(Moderator)

이전 출장에서는 해커톤 심사위원(Judge)이었다면, 이번에는 각 다른 영역의 참가였다. 처음에는 DuneCon 키노트 발표를 하고싶었다. 대본은 안되면 외워서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제안은 패널로 왔으며, NEARCON은 심지어 중간에 사회자로 변경되어 제안이 왔다. 하지만 이번 기회야말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고 두려움을 안고 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듣기는 쉽다고? 나에겐 아니었다.

가장 큰 걱정은 듣기 영역이었다. 대부분 한국 교육에서 듣게 되는 영어는 미국식 영어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미드 또는 할리우드 영화의 영어 듣기 정도에 더 친화적이다. 다만 컨퍼런스는 정말 다양한 악센트를 가진 사람들이 오기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미국식 영어

미국식 영어 특유의 흘리는 발음을 잘 듣는 것도 어렵기에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흔히 하는 미드/영화 등을 자막과 함께 보기/자막 없이 보기 등을 통해 본인이 놓치는 발음이 무엇인지 체크해가며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발음을 따라해보며 왜 놓치는지 캐치하면 확실히 발음과 듣기 부분에서 향상되었다. 전문 용어의 문맥적 사용을 익히기 위해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단순히 이해를 제외하더라도 문장의 리듬을 익히기 위해 그냥 배경음처럼 틀어 놓기도 했다. 가장 많이 들은 건 Bankless. 그리고 비행기에서는 넷플릭스로 "월스트리트에 한 방을: 게임스톱 사가"를 보면서 갔다.

Bankless
Welcome to the Bankless YouTube channel, where we explore the frontier of crypto money and crypto finance. This is how to get started, how to get better, and how to front-run the opportunity. TWITTER: @banklesshq https://twitter.com/BanklessHQ

🌏 지구촌 영어

악센트를 경험하기 위해 일부러 다양한 출신의 발표를 청취했다. 걱정되는 악센트인 영국, 유럽(특히 프랑스), 중동, 인도, 중국, 싱가포르 등 다양하게 경험했다. 아이러니하게 오히려 어려운 발음은 영국이었다. 모국어가 아닌 경우는 보통 핵심 단어에 강세가 많이 들어간다. 그렇기에 단어만 조합해도 문장의 뜻이 대부분 이해된다. 다만 영국은 모국어가 영어다보니 오히려 문장 구사가 화려하고 강세가 다양한 포인트에 있다보니 따라가다 보면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는 작년 DevCon 영상을 많이 봤다.

Ethereum Foundation
Empowering developers to produce next generation decentralized applications in order to build a more free and trustworthy Internet. Note: The Ethereum Foundation (EF) is a non-profit entity that supports the development of and the community around the Ethereum platform, which is an open sourced pro…

다만 글로벌한 영어 소통 좋은 점은 알아듣지 못하면 상대방의 잘못이 더 큰 편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Pardon?", "Sorry?" 만 해도 다시 쉽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네이티브들은 알아서 단어를 조합해서 찰떡같이 이해한다.

📜 문맥 이해하기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역할은 패널이기에 상대방을 아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다. 내가 소통할 패널은 총 7명 정도라 조사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첫 번째로 참가자 다른 행사 영상을 확인하며, 악센트 파악과 대화 유도를 위한 장점을 파악했다. 그리고 내가 사회자인 경우는 특히 LinkedIn과 인터뷰 영상을 보며 커리어를 파악하고 질의응답 예상 문답을 작성했다. 그래서 사회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패널에게 공유했다.

이렇게 질문이 크게 6개 정도 준비해서 진행했다. 은근히 패널들도 만족도가 높았던 준비

"특정 언어를 잘한다"의 마지막 단계는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1) 해당 언어로 상대방을 웃길 수 있으며 농담을 이해할 수 있다. (2) 해당 언어로 상대방에게 작업걸 수 있다. (물론 2번은 했다간 여자친구한테...) 그래서 영어 스탠딩 코미디 등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 동양인으로 이 분야의 최강자 중 하나인 Jimmy Yang 영상이 가장 좋았다.

근데 한편으로 말을 잘 못해도 분위기만으로도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매사에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니까 웃자. 좋은 인상만으로도 대화의 원활함이 50%는 더 부드러워진다.

🗣️ 말하기는 더 어렵다

혼자서 1분~3분 스피치를 가정하고 문장 구사를 연습을 많이 했다. 혼자 상황극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약간 이런 식의 가정이다.

  • 우연히 일론 머스크나 샘 알트만을 만나서 자기소개 1분 엘레베이터 피치를 할 수 있다면? 
  • 행사장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와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면? 
  • 블록체인에 대한 비전을 설명해야 한다면? 또는 내 궁극적인 목표는?
  • (듣기 하다가) 나라면 저기서 어떻게 대답할까? 혼자 가상 인터뷰 진행

이런 연습의 이유는 단순하다. 기회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었다. 이런 질문은 영어 뿐만이 아니라 한글로도 중요한 부분이다. 본인의 삶에 대해 기준점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으며 우선순위가 명확한 사람은 매력적이다. 조금 딴 길로 샜는데 본론으로 돌아가면, 해당 연습을 하며 말문이 막히고 한글로만 떠오를 때는 역시나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걸 캐주얼한 느낌으로 말해줘”, “조금 더 전문성 있게 컨퍼런스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말해줘”)

그리고 별도의 연습도 두 가지 있었다.

  • 영어 미팅 참여 후, 최소 한 문장 이상 이야기하기. VC라는 특징 덕을 많이 본 사례. 그리고 회사의 80% 이상이 영어를 네이티브로 구사하고 있기에 어떠한 영어 미팅을 들어가도 항상 배운다. 좋은 환경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
  • 여자친구와 영어로 대화하기. 여자친구가 2+배 정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나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대화였다.

그리고 출장을 가서도 일부러 파티나 사이드이벤트를 가서 대화를 한다. 서로에게 부담이 없이(나는 부담있음) 무료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인 만큼 최대한 시도하는 편이다. 그리고 스몰 토크를 위해 유튜브도 정말 많이 참고했는데 나는 구슬쌤이 최애 유튜버다.

구슬쌤
수많은 영어 강사 중 저와 공부해주시는 소중한 구독자 분들에게 미국인들이 진짜 쓰는 실전 영어 표현들을 정말 아낌 없이 다 알려드립니다. 단순히 말만 통하는 영어, 교과서식 영어가 아닌 예의바른 ‘예쁜’ 영어 표현들을 확실히 배워가시기 바랍니다. 전) 미국 E.W. Scripps 언론 복합기업 근무 미국 University of Georgia 주립대 조기졸업

이렇게 한 달 정도 하루에 최소 1시간 정도는 말하기 연습을 했다. 이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준 영상도 함께 공유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영어 잘하는 법 찾지말고, 일단 연습해라"

✏️ 리스본 출장 영어의 회고

이번 리스본은 10일이나 되는 장기간 출장, 세 개의 서로 다른 행사를 다녀오며 영어에 대해서 느낀 점이 특히나 많다. 이것말고도 개선할 게 많지만 하나씩 꾸준하게 고쳐나갈 예정이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직 갈 길이 아직 한참이다.

  • 긴장한 탓인지, 모국어의 영향인지 발음이 짧다. 연장선으로 문장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게 되는데 어중간한 마무리가 많았다. 그래서 끝에 yeah. 등을 붙이는 어색한 순간이 많다. 단어에서 장음을 명확하게 쓰는 등 완급 조절의 연습이 필요하다.
  • 머릿속 논리가 바로 영문장으로 "체화"되지 않아 종종 문법적으로 어색한 부분이 많음. 특히나 “완료형”에 대해서는 번역기를 쓰는 느낌이 강하다. 생각을 영어로 하는 습관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 전치사의 느낌을 아직 완전히 가져가지 못하는 중이다. 조금 더 chunk 중심의 연습 필요하다.
  • 영어는 특히나 “명사” 중심의 문장이 많은데, 블로그 글쓰기 등에 평소 집중하다 보니 용언 중심의 문장이 우선적으로 나온다.
  • 의사전달을 떠나 원어민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문장의 다양성이 중요하지만, 아직 쉬운 표현을 반복해서 쓰다 보니 전문성이 낮아보였다. (특히 개인 생각을 말할 때 I think that, in my opinion을 많이 썼는데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
  • 톤앤매너에서 어휘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더 풍부하게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사람은 본인의 언어 수준에 따라 사고한다고, 영어를 쓰다보니 깊은 사고가 어느 순간 부터 쉽지 않았다. 영어로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어휘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 많았다.
  • 문장의 시작보다 어려운 것은 리액션이었다. 중간 추임새나 브릿지 부분의 연습이 필요하다. 말하는 것에 초점을 두며 연습하는 것보다, 영상에서 중간에 끊고 해당 내용에서 포인트를 가져와 문장 잇는 연습이 도움되었다.
  • 이상한 습관들이 많다. 오롯이 내 문제일 수 있는데 결국 원어민이 아니다보니 입에 편한대로 발음하고 사용하려 한다. 특히나 나의 경우 people을 peoples로 종종 사용하는 경우가 많더라. (이럴 때 특히 여자친구의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치며

이번 출장의 첫 패널은 꽤나 만족스럽지 못해서 아쉽다. 우선 다른 패널의 말이 잘 안들리기도 했지만 상대방의 내용에 집중하다보니 내 페이스가 말려 조금 동문서답을 한 경향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 사회는 준비한 정도로 한 것 같다.

리스본에서 한식을 먹는 아이러니.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이 사람들과 함께 이러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이번에는 정말 친해지고 싶었던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앞으로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기 위해 더 노력하자.

마지막으로 이번 출장을 위해 서포트 해준 회사 파트너 분들과 팀원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한 명 한 명이 큰 힘이 되었던 출장이었습니다.

Thanks to Hashed & Hashed Members